지구를 떠난 지도 벌써 몇 해째
그간 정신 없이
살아가며 지내 왔지만
잊고 있던 그 맛이 조용히
내 앞에 다가 와 날 깨우고
기억이 안 난다는 낯선 이 감각
아마 그곳에선
상상하기 힘들겠지만
생각 안 나 그 맛이
편육이 족발이 보쌈이 껍데기
아무렇지 않게 먹던 것들이
이만큼 떨어져
이곳에서 떠올려 보니
이토록 사무치게
여겨 지는 아련함이
뼛속을 후벼
입안에 고여 오는 군침이 가득
그저 침착하게
침 삼키며 상상하지만
기억 안 나 그 맛이
도저히 생각이 느낌이 싹 지워져
기억이 안 난다는 낯선 이 감각
아마 그곳에선
상상하기 힘들겠지만
생각 안 나 그 맛이
편육이 족발이 보쌈이 껍데기
계속 멀어 지는 짙은 맛들을
느끼려 지키려
떠올리려 애써 보지만
이토록 가혹하게
조여 오는 공복감에
위장이 쓰려
지구를 떠난 지도 벌써 몇 해째
그간 정신 없이
살아가며 지내 왔지만
잊고 있던 그 맛이
조용히 내 앞에 다가 와 날 깨우고
기억이 안 난다는 낯선 이 감각
아마 그곳에선
상상하기 힘들겠지만
생각 안 나 그 맛이
편육이 족발이 보쌈이 껍데기
닿을 수 없는 그 맛은
더욱 간절해져 가고
가능하지 않은
꿈을 꾸는 가련한 이 영혼은
무한한 우주를 계속해
부유해만 가지만
아마도 영원히 닿지 못할 맛
아마도 영원히 닿지 못할 맛