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를 마주 보고 서있을 땐
난 이빨을 뽐내 주광색 조명이 비친 너의 집에
말라가는 속옷이 뿜는 습기에 취해
우린 서로를 보지 않은 채 차가운 벽에 기대
꿈과 비전 삶의 아름다움
태어나 죽기 직전까지 아웅다웅
왜 너는 목을 매며 살아 내 자유로운 영혼
연설하는 듯한 내 앞엔 시큰둥한 표정뿐
현학적인 낱말 침 튀기며 낙하
젖어버린 장판에 질식하는 착각
휘황찬란한 뜬구름을 타다 보니
어느새 우리 대화는 정거장을 관통한 막차
철학, 예술, 행복 정리 안된 말들을 늘어놓곤
나의 머릿속엔 돈, 섹스, 부와 명성차별 혐오
비교와 자격지심 난 급히 옷을 챙겨
어지러움에 술기운인 척
쏟아내는 것들, 이 변기 속이 더 깊게 보여
비친 건 바보 같은 얼굴
대충 씻고 보니 내 이빨의 크긴 어제보다 커
그래 어제보다 커 난 어제보다 더
오늘 죽어있는 상태 네 앞에선 아닌 척
멋 바른 얘기 근데 내게 대입되는 순간
오답뿐인 얘기 느껴져 묘한 죄책이
이 밤은 균형과 방향을 잃은 채 떠다녀
무대 위엔 별 비중 없이 죽어버린 단역
조명 밖은 이를 갈지 못해 피부에 닿은 상처
두개골의 파편 상상 뒤에 남겨 이불 속에 감춰
클럽 테이블 자리 턱은 마치 암벽
실패란 건 모두에게 잠겨
말을 아껴, 희망도 배신자가 되는 광경,
남은 어금니, 내 앞에선 채, 네가 건넨 답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