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무꾼의 말에 화들짝 놀란 사슴은
이내 몸부림치며 달아나려고
안간힘을 썼어요.
하지만 나무꾼이 이미 밧줄로 묶어
달아날 수 없었죠.
“너, 날 속였어. 나 사실을 전부 알고 있어!
선녀한테 전부 들었다고!!!”
“나무꾼님! 모두 오해예요…!
제 말 좀 먼저 들어보세요!!!”
“무슨 오해?! 네가 살려준 대가로
예쁜 선녀와 결혼시켜 주겠다더니
선녀 옷도 바꿔치기하고
나를 골탕 먹이고 좋아했잖아!
내가 모를 줄 알았어?! 이것 참…”
“정말 전부 오해예요. 나무꾼님…!
저는 선녀들의 장난과 계략 때문에
산속에서 조용히 살고 싶은데,
정말 계속 이렇게 사냥꾼에게
쫓기며 살고 있다고요…!”
“무슨 소리야! 원래 사냥꾼들은
사슴을 잡으려고 산속을 다닌다고!”
“그 사냥꾼들에게
사슴들의 정체를 알려주는 자들이
바로 짓궂은 선녀들이라고요…!!!”
“뭐…???”
사슴의 말을 들은 나무꾼은
어안이 벙벙해서 한동안 가만히 있었어요.
숨을 헐떡이며 말하던 사슴은
이내 다시 나무꾼에게 호소하기 시작했어요.
“나무꾼님. 원래 저 연못의 주인은
저같이 이 산속에 사는 동물들이었어요.
그런데 어느 날부터 선녀들이
하늘에서 내려와 목욕을 하면서
우리들을 쫓아내고
자기들의 구역이라고 침범하고
오지 못하게 막기 시작했죠.
하지만 우리들은 이 깊은 산 속에서
물을 먹을 수 있는 곳이 이곳뿐이기에
물을 마시지 못하면 죽을 수밖에 없어요.
이런 사정을 미리 말씀드리지 못해서
죄송해요…”
사슴의 말을 들은 나무꾼은
또다시 어안이 벙벙해졌어요.
그리고 속으로 생각했어요.
‘선녀와 사슴 중 누구의 말이 옳은 말이지…?’
그러다 무릎을 탁! 치며 말했어요.
“좋아. 일단 너를 풀어주겠어.
그리고 난 진실을 알아야겠어…!”
“나무꾼님. 제발 제 말을 믿어주세요…!”
“내가 진실을 알아내고
만약 너의 말이 거짓이라면
나는 너를 가만두지 않을 거야.
하지만 지금은 그 누구의 눈에도
띄지 않게 멀리 도망가.”
“흑흑… 나무꾼님. 풀어주셔서 감사해요…
하지만 제 말을 꼭 믿어주세요…!
선녀들의 말에 속아넘어가지 말아 주세요!”
“어서 가!”
사슴이 산속 깊은 곳으로 튀어가자마자
나무꾼은 어디론가 발걸음을 재촉했어요.
과연 어디로 가는 것일까요?
“계세요? 아무도 안 계신가요?”
“거 누구쇼? 이 위험한 곳에.”
나무꾼이 찾아간 곳은
바로 사냥꾼의 집이었어요.
“안녕하세요. 실례지만
제가 뭐 하나 여쭤볼 것이 있어,
이렇게 찾아왔습니다.”
“어디 좋은 사냥감이라도
찾았다는 것이오?”
“사실, 저는 이 산속에서
자주 나무를 하곤 하는데
전에는 많이 보였던
산속 동물들이 부쩍 많이 사라진 것 같아
궁금해서요.
나무를 하고 심심할 때 종종
저의 친구가 되어주곤 했었거든요.”
“하하하! 착한 나무꾼님이 납셨구려!
그래서 내가 그 동물들을 전부 사냥했을까 봐?”
“아.. 아닙니다. 그저 혹시 그 많던 동물들이
왜 갑자기 보이지 않는 것인지
궁금하기도 하고 혹시
사냥꾼님은 아시는지 궁금해서
지나가다 찾아오게 되었습니다.
기분 나쁘셨다면 죄송합니다.
이만 돌아가겠습니다.”
“흠… 혹시 선녀연못이라고 아시오?”
“네?!”
나무꾼은 사냥꾼의 입에서
선녀연못에 대해 듣는 순간 몸이 얼어붙었어요.
그리고 사냥꾼이 어떤 말을 할지
조마조마하며 꿀꺽 침을 삼켰어요.
“나는 주로 매, 늑대, 사슴과 같은
동물들만 잡는 사냥꾼이라오.
그런데 선녀들에게 발목을 잡히고 만
신세가 된 게요.”
“네? 그… 그게 무슨 말인지요…?”
“선녀들이 날마다 내가 제일 좋아하는
맛있는 팥죽을 주고 선녀들만
연못을 사용할 수 있도록 동물들이
근처에 얼씬도 못 하게 해달라고 했다오.
처음엔 나도 좋았지만,
지금은 잘못된 선택을 했다는 것을 깨닫고
다시 선녀들에게 말해봤지만
어림도 없었소.
선녀들은 자신들만 연못을 쓰기를 바라고
내가 하늘에서 만든 팥죽에 중독되도록
이미 손을 써놓은 게지…
그리고 내게 산속의 동물들이
어디에 있는지 알려주고
사냥을 할 수밖에 없도록 만든다오.”
“이럴 수가… 연못은 모두의 것인데…!
계속 이 상태로 선녀들이
차지하게 놔둘 수는 없어요…!”
“그럼 나무꾼 자네가
무슨 좋은 방법이라도 있단 말이오?”
사냥꾼의 말을 듣고 나무꾼은
머리를 굴리며 곰곰이 생각하기 시작했어요.
그리고 다시 무릎을 탁! 치고 일어났어요.
“분명 하늘에서 선녀들이 팥죽을 가지고
내려온다고 했죠?”
“그렇다오. 그런데 그게 왜…”
“팥죽을 가지고 내려올 때
어떻게 내려오던가요?”
“선녀 옷을 입고 흰말을 타고 내려와서
팥죽을 바구니에서 순식간에 꺼내주고
위로 올라갑디다.”
“그럼, 팥죽을 받으실 때에
저는 뒤에서 숨어 지켜보겠습니다.
허락해 주시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