막상 사회생활 하다 보니
시력이 좋아지더라
평생 안 보였던 부모님
주름이 다 보이더라
솔직히 아직도 난
손 벌린다 뻔뻔하게
성공해야지 고개
숙인 채 외친다
로또 사는 맛과
그리고 인간은 왜 사는가
철학적 고민 깊은 고뇌로
청춘을 다 보내
월급으로 생활비는 충분해
근데 돈이 모여야지
꿈은 잠시 내려놓자
미래에는 내가 가장이다
그러던 어느 날 집으로
날아온 종이 한 장
엄마 여기 앉아봐
이것 봐 응
무료 건강진단
이번에 아빠랑
병원 꼭 다녀와 알았어
저번에 했었는데
뭘 또 해 괜찮아 엄마
그게 몇 년 전인데
아직도 청춘인 줄 아셔
엄만 건강해야 돼
내 방 내가 청소하기 싫다
농담이었지 그땐 농담이었지
남들 얘기인 줄만 알았어
찢어질듯한 이 아픔은
남들만 느끼는건줄 알았지
하얀 새가 빛을
따라서 날아올라
상처 투성인데
왜 아파하지 않아요
내 눈을 피하지 마요
부디 제발 나를 떠나면
그대 제발 날 안고
날아가줘요 당신이 없는
세상은 싫어요 날 데려가요
왜 볼을 꼬집으면 아프지
이건 분명 꿈인데
신의 존재를 안 믿던
내가 자면서도 빌었대
나는 엄마라는 커다란
도미노가 단 한 번도
무너질 거란 상상조차
해본 적 없어 오늘 밤도
저녁 식탁 위에서
엄마는 거친 기침을 해
밥 먹는데 더럽게 왜 그래
아들 미안해
머리카락 한 뭉치를
주먹에 움켜
쥐신 채 내 눈치를
보시다가 배시시 웃으셔
엄마라는 존재
날 끝까지 질리게 해
안 아픈 척 안 두려운 척
괜찮다며 믿게 해
좀 아파해도 돼
안 그래도 소녀 같던 손목이
더 얇아졌어 좀 기대도 돼
밤에 몰래 울지 말고
약한 모습 보여도 돼
하얀 새가 빛을
따라서 날아올라
상처 투성인데
왜 아파하지 않아요
내 눈을 피하지 마요
부디 제발 나를 떠나면
그대 제발 날 안고
날아가줘요 당신이 없는
세상은 싫어요 날 데려가요
혹시 말이죠
세상이 무너진대도
나는 그대 손을
놓지 않을 거예요
내 손을 잡아요
혹시 말이죠 다음 생에
우리 또 만난다면
망설임 없이
또 함께 살아요
오늘 엄마의 머리카락이
다 빠졌다
하얀 새가 빛을
따라서 날아올라
상처 투성인데
왜 아파하지 않아요
내 눈을 피하지 마요
부디 제발 나를 떠나면
그대 제발 날 안고
날아가줘요 당신이 없는
세상은 싫어요 날 데려가요
이 세상에 태어나서
걸음마를 하고
말을 배우고 감정을
느끼게 된 순간부터
항상 내 곁에 있던
사람이 떠난다는
상상을 해본 적 없어
이 행복이 내게는
당연한 건 줄만 알았어
나중에 잘해줄게
잘해줄게 할 때는 항상
엄마는 내 옆에
있었는데 왜 이제
잘해야지 잘해야지
하는 순간에 날 떠나려 해
이젠 돈도 벌고 예쁜 옷도
사줄 수 있는데 왜
엄마는 마지막
내 손을 잡고
처음으로 우셨다
누구보다 두려웠지만
항상 웃었다
그게 엄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