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주선은 열일곱살 때 이미 떠났고
나 혼자 텅 빈 분화구에 남아있다.
주위는 온통 회색. 아니면 칠흙 같은 어둠.
난 TV도 없는 이름 모를 행성 캡슐 안에서 지구를 그리워하고 있다.
무심코 지나쳤던 흙 냄새,
발부리에 걸렸던 돌맹이, 풀, 그리고 파리까지
그리고 사람들..
내가 미워했던 친구들까지....
난 점점 과거로만 되돌아가고 있다.
미래는 없다.
우주의 늪 속에 빠진 것만 같다.
탈출하라 탈출하라
어디선가 들려 오는 소리..
난 지금 희미한 전파에 주파수를 맞추며 탈출을 꿈꾸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