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무 한 사람 들여다볼 수 없는 서울 살림
그래도 가슴 열어 살아가는 일곱 식구.
전생(前生)의 무슨 죄라면서
아들 며느리 다 먼저 보내고
큰 손자 따라 무쇠 발걸음 떼어 놓았나니.
허리 굽혀 눈물 감춰
사람 사는 동네가 어디 쓰겄냐.
갑갑해서 살 수 있어야제.
눈 오는 날이면 내 건너 양옥에 내리는
눈송이 바라보고
실눈을 떠
먼 데 남쪽 하늘 마주하시는 할머니.
증손자 두 녀석
던지는 눈덩이에 이마를 맞고
눈덩이 들어 두 볼에 비비시는 할머니.
슬픔도 안 보이고 기쁨도 안 보이는
얼굴 하나 계시나니
지나가는 바람 한 점
길 잃은 개미 한 마리에도
고향 소식 물어보는 할머니 계시나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