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피는 뜨거운 것보다
뜨거움에서 따뜻함으로
넘어갈 때가 좋아
뜨거운 커피보다
따뜻한 커피를 좋아하는 남자
막 시작한 연애의 뜨거움보다
따뜻함으로 넘어갈 때의
편안함을 좋아하는 남자
남자와의 연애는 그래서 인지
설렘이 설렘인지도 모르게
순식간에 편안함으로 가득 찼다
뜨거운 커피를 좋아하는 여자는
따뜻함을 미지근하다 생각했고
무심하게 들이키는 커피처럼
그렇게 사랑인지 정인지 모르게
습관적으로 들이켰다
뜨거운 연기
깊고 선명한 검브라운 색과
찌를듯 부드러운 탄내에
설래여 하던 그녀는
이내 미지근한 커피처럼
혀와 입술에 익숙해지고
두 손 가득 온기마저
사라지듯 식어가는 연애에
아직 다 먹지도 못한 커피를
시선에서 놓아버리듯
아직 다하지 못한 연애를
그렇게 놓아버렸다
향이 진하다 못해
온 방안을 가득 채우고
자신이 얼마나
뜨거운 커피인지 알려주려
모락모락하게 피어난 연기에
부푼 기대를 안고
뜨거움에 데일까 입바람을 불며
손을 잡을까 말까
혀와 입술을 댈까 말까
그 짧은 순간 황홀한 설렘과
깊은 만족감에 휩싸여
온 정신을 쏟았던 기억
뜨거운 커피를 좋아하는 여자는
또다시 새로운 커피를 내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