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설: 이보형
김정문이 단가 ‘홍문연가’를 불렀다. 진나라를 두고 천하를 다투던 초나라 항우는 ‘홍문연’이라는 잔치를 베풀고 한나라 유방을 청하여 암살하려 하였으나 유방은 지혜로 탈출하여 승리하고 왕이 되었다는 고사를 단가로 엮은 것이다. 중모리 장단에 엄숙한 성음 우조로 되어 있는 바, 김정문의 장중한 목이 영웅들의 거동을 잘 그리고 있다. 김정문은 송만갑에게 배웠으나 한층 맛있는 성음을 구사하였는데, 이 단가의 끝에 계면 성음이 비치는 것도 그 때문이다.
녹음: 1934년
(중몰이) 천하가 태평하면 언무수순허려니와, 시절이 분요허면 포연탄우 만날 줄은 사람마다 아는 배라. 진나래 모진 정사 맹호 독사 심하더니 사심조차 잃단 말가. 초매의 영웅덜이 질족자의 뜻을 두고 곳곳이 일어날 저, 강동의 썽낸 범과 패택의 잠긴 용이 각자 기병 힘을 모아 진나라를 멸할 적으, ‘선입정관중자면황허리라’고 깊은 언약이 어젠 듯 오날인 듯. 어지타 초패왕은 당시 세력 힘만 믿고 배은망의 허단 말가. 무죄한 패공이를 아무리 살해코저 홍문으다 설연을 헌들, 하느님이 내신 사람 천봉우출이라고 벗어날 길 없실소냐. 유능제강 옛 말삼을 일로 보아 알리로다. 위의를 살펴보니, 백모 황월 장창 대검 청도 금고 대기치며, 영기 방패 숙정패 주장 능장 사모장을 좌우로 늘어 세우고, 중군의 수자기를 반공 중 높이 치어 달고, 좌상으가 앉인 영웅 누구라 누구 모았든고, 녹포홍대 호수입의 팔척장검을 비겼으니, 역발산 기개세라 당시 호걸 초패왕은 제일 좌상에 앉으시고, 흑포윤건에다가 옥결을 차시고, 창안학발에 표연히 앉았으니, 가빈칠십 호기계의 신기묘사 자부를 허든 범증이가 분명구나. 홍수남대 묵전립의 얼골은 관옥이요, 풍채는 반악이라. 재천하으 뜻을 두고 육출기계를 흉중의 품었으니, 진평이도 분명허다. 동벽의 홍금전포 홍금투구 조대를 눌러 띠고, 죄수에 홀기 들고, 우수의 칠성검을 뚜렷이 비겼으니, 의리 있고 사정없는 항백이기 분명쿠나 서편의 앉은 영재가 정신이 호매허고, 장검을 어루만져 실수를 기다리던 홍포은갑 저 장사는 항장일시가 분명허다. 위엄이 늠름, 살기가 등등, 이름이 모도다 잔치가 될망정 어느 뉘가 아니 두려 헐거나. 대장부 평생 소원이 (극락광야) 너른 뜰의 금잔디가 좌르르르르 깔린디. 이리 뛰고 저리 뛰고 흔들흔들 거드렁거리고 놀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