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묘지 SaEO

시조부터 선조 현조 조부까지 모두 묘지가 있지만 나는 없겠지 내가 죽으면 화장되어 뼛가루가 되겠지 뼛가루도 버려지겠지 나는 죽으면 흔적조차 없겠지 내가 살았다는 사실조차 모르겠지 그렇다면 죽음을 두려워할 필요 없겠지 나에게는 현세뿐이니깐 이 세상을 살자 사후를 생각할 이유가 없잖아 지금을 살자 이 세상은 내가 전부잖아 살아있는 동안 최선을 다하자 돌아오지 ...

과자에 소주 한 잔 SaEO

내가 꼬맹이던 시절 과자를 안주 삼아 소주를 마시던 아저씨들을 이해할 수 없었다 저 맛있는 과자를 한입 가득 넣어 우적우적 씹어먹지 않는지 이해되지 않았다 아저씨들은 소주 한 잔 딱 털어 넣고 과자 하나를 씹으셨다 그 시절 나는 이해할 수 없었다 아저씨가 된 지금은 내가 그러고 있다 천 원 언저리의 과자 한 봉지에 냉장고 속 차갑게 익은 소주 한 병 한 잔...

나만의 시간 SaEO

86400 1440 24 내게 주어진 나만의 시간 나만이 다룰 수 있는 나만의 시간 나만이 나의 시간을 사용할 수 있다 내게 주어진 시간에 방해를 받아 기분이 나쁘더라도 잊어버리자 단지 그 짧은 시간 때문에 내게 주어진 86400 1440 24의 시간을 망쳐버리는 것은 너무나 아까운 것이지 않은가 그 누구도 나의 시간을 가질 수 없다 나의 시간 나만의 시간...

단명 SaEO

살아가는 동안 무엇을 할 수 있을까 살아있는 동안 무엇을 할 수 있을까 얼마 남지 않은 나의 생명에 무엇을 할 수 있을까 모든 것에 감사하고 모든 것이 신비롭다 아침에 해가 뜬다는 것 구름이 모여 비가 내린다는 것 신선한 공기로 숨을 쉰다는 것 모르던 맛을 느낀다는 것 땅을 밟으면 소리가 난다는 것 어느 것 하나 같은 촉감이 없다는 것 당연했던 것들이 지금...

독 탄 술 SaEO

바텐더 난 말이야 도대체 이해할 수 없어 난 단지 이 바의 잔잔함과 적막함을 즐기고 싶었어 그런데 이게 뭐야 저기 서로 붙어있는 사람들을 봐 눈꼴 시려워 왜 여기서 영겨 붙는 거야 여기 칵테일 한 잔의 여유를 즐기는 곳이잖아 분명 따로 왔는데 왜 붙어 있는 거야 나는 이해할 수 없어 이런 날에는 독한 술이 필요해 바텐더 저 해로운 것을 제거하게 카타르시스 ...

신곡 SaEO

좋아하신 가수 있잖아요 왜 그 잘생겼는데 노래까지 잘해서 좋다고 한 가수 있잖아요 오늘 신곡이 나왔더라고요 궁금해서 노래를 들어봤는데 나쁘지 않더라고요 이래서 좋아하셨나 생각도 들더라고요 좋아하는 가수의 신곡도 나왔는데 듣지도 못하고 이게 뭡니까 같이 노래 딱 듣고 서로 감상평도 하고 얼마나 재밌겠습니까 뭐가 그리 바쁘다고 신곡도 못 듣고 가버리십니까 살아...

액세서리 SaEO

왼손 검지에 하나 오른손 엄지에 하나 두 개의 반지를 끼고 왼 손목에는 시계를 오른 손목에는 팔찌를 목에는 번쩍번쩍한 금목걸이를 걸어 흰 운동화 파란 바지 빨간 외투 이목을 끌만한 옷을 입어 주변의 시선을 느껴 액세서리는 장식품이 아닌 도움 신호야 위태로우니 나를 살려달라는 신호야 나는 가진 것이 없고 삶이 불안하며 심적으로 우울하니 나를 봐 달라는 장치야...

언젠가는 식을 사랑 SaEO

사랑했어 죽을 만큼 사랑했지 네가 웃으면 나도 웃었어 너의 행복이 나의 행복이었어 늘 사랑받길 바랬어 어디서든 당당하길 원했어 그래서 나는 돈을 썼어 있는 돈 없는 돈 다 끌어모아 너에게 돈을 썼어 유명해지는 게 기뻤어 꼭 내 손으로 이룬 성공 같았어 그렇지만 항상 넌 회사로 공을 돌렸어 나에게는 진심 없는 형식적인 말뿐이었어 너에게 다가가기 위해 노력했어...

우물을 거스르는 개구리 SaEO

우물을 거스르는 개구리를 보았다 사람이 빠져도 쉽게 나오지 못할 깊은 높이의 우물을 거스르는 개구리를 보았다 둥근 하늘만을 봤을 개구리는 무엇을 보고 우물을 거스르기 시작한 것일까 분명 무엇인가 깨달았기 때문에 우물을 거스르기 시작했을 것이다 개구리에게는 목숨을 건 도전이다 우물 밖에 세상이 없을 수도 있고 우물 밖의 세상이 더 살기 힘들 수도 있다 그런데...

정답은 없지만 오답은 있다 SaEO

예술 예술이란 자유의 다른 말이지 대한민국 헌법 제22조 제1항에 예술의 자유를 명시해 두고 있지 예술이란 자유야 예술을 구속해선 안 돼 그러니 예술에는 정답이 없어 그렇지만 정답이 없다고 오답이 없는 것은 아니야 예술에도 오답이 있어 아무리 예술이 자유라지만 기본과 형식은 지켜야 해 기본이 없는 예술은 예술이 아니라 감정의 잔재일 뿐이야 보기 싫은 예술 ...

짜장라면과 짜장면 SaEO

짜장라면은 대체제가 아니야 짜장라면은 짜장면을 먹고 싶지만 먹지 못할 때 먹는 짜장면의 대체품이 아니야 잘게 썬 양파 두툼한 고기 잘 볶은 춘장 매끈한 생면 맛있는 짜장면이겠지 그렇다고 짜장면이 짜장라면이 되는 것이 아니듯이 짜장라면도 짜장면이 아니야 건조된 채소 말린 콩고기 맛을 낸 가루 튀긴 뽀글 면 짜장면과는 다른 매력적인 짜장라면이야 짜장면이 따라 ...

책 벽돌 SaEO

책장에 꽂힌 책들을 보면 책이 마치 벽돌로 보인다 벽돌만큼 무겁고 벽돌만큼 가치 없다 아무리 좋은 책이라도 읽지 않으면 의미 없다 지식의 집합체지만 덮어져 있으면 벽돌과 다르지 않다 벽 한 면을 차지하고 있는 거대한 담벼락이다 책은 읽어야 책이다 책을 읽지 않는다면 책을 책이라 부를 수 있을까 덮어진 책을 책이라 부를 수 있을까 종이로 만들어진 벽돌이 아닐...

표준이 된 개성 SaEO

지금은 표준이지만 과거에는 개성이었다 지금 한자의 표준이 한석봉의 필체인 것처럼 누군가의 개성은 시간이 지나면 표준이 될 수 있다 지금 개성을 숨기며 표준을 따라 하지만 개성을 죽이지 말자 개성을 표출하여 꾸중을 듣더라도 기죽지 말자 나의 개성이 미래의 표준이 될 수 있다 마치 피카소의 그림처럼 개성이 없다면 발전할 수 없다 기준과 표준만 잘한다면 그저 따...

구름 속 SaEO

불안해 어디인지 모르겠어 깜깜해 아무것도 보이지 않아 흔들려 바람에 중심을 잃었어 나는 지금 어디일까 어디로 가고 있는 걸까 앞에 무엇인가 나타날 것 같아 계속 앞으로 나아갔는데 어두울 뿐이야 이런 번개가 치잖아 분명 맞고 말 거야 두려워 이제 앞으로만 갈 수 없어 위든 아래든 선택해야 해 아직 내려가기에는 무서워 조금만 올라가자 아름다워 잔잔해 그렇게 성...

금가루 콘크리트 SaEO

콘크리트가 금보다 비싸 콘크리트가 금보다 비싸 콘크리트가 금보다 비싸 콘크리트가 금보다 비싸 콘크리트에 금가루라도 섞었나 봐 안 그러면 설명이 안 돼 콘크리트 덩어리가 금보다 비싸 콘크리트 덩어린데 빛나지도 않는데 그냥 콘크리트일 뿐인데 콘크리트가 금보다 비싸 콘크리트가 금보다 비싸 콘크리트가 금보다 비싸 콘크리트가 금보다 비싸 콘크리트에 금가루라도 섞었나...

길빵 SaEO

길빵 좀 하지 마 담배 하나 참는 게 그렇게 힘드냐 담배 하나 못 참는데 다른 것을 어떻게 인내하냐 누가 남의 폐에 들어갔다 나온 공기 마시고 싶겠냐 그것도 깨끗한 공기도 아니고 타르 가득한 담배 연기를 누가 마시고 싶겠냐고 본인만 행복하면 되는 거야? 자기 행복만 추구하면 돼? 냄새나고 목 아픈 담배를 왜 길 위에서 피우는 거야? 어디 서서 피우면 몰라 ...

나르키소스 SaEO

예뻐 아름다워 이렇게 황홀할 수가 없어 이 얼굴이 정녕 나의 얼굴인가 믿을 수 없어 눈을 뗄 수 없어 나와 마주 보고 싶어 비치는 모습은 싫어 나를 만나고 싶어 어쩌지 나는 나뿐인데 나는 나를 만날 수 없는데 나는 나를 사랑하는데 사랑할 수 없네 거울에 비친 나여 나를 용서해 줘 나는 나르키소스가 되고 싶지 않아 나를 사랑해 주는 여인을 만날 거야 어쩔 수...

뚝딱뚝딱 SaEO

나는 뚝딱거려 나는 너와 같이 있으면 뚝딱거려 마치 고장 난 듯이 뚝딱거려 잘하던 말도 뚝딱거려 유머로 받아쳐야 하는데 다큐가 되어버려 행동도 뚝딱거려 걷는 것부터 뚝딱거려 내가 왜 이러는지 모르겠어 그냥 내 곁에 네가 있으면 뚝딱거려 뚝딱뚝딱 마치 고장 난 로봇 같아 내가 내가 아니야 나도 왜 이러는지 모르겠어 나 왜 이리 뚝딱거려 왜 뚝딱뚝딱거려 이상해...

맛있는 이별 SaEO

헤어지고 싶지 않아 이렇게 아름다운 널 어떻게 보내겠어 너의 은은한 향기 고혹적인 자태 내가 어떻게 널 망가뜨릴 수 있겠어 널 보내야 하지만 보낼 수 없어 아니 보내고 싶어 내가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겠어 헤어지고 싶은데 헤어지고 싶지 않아 그래 내가 너무 오래 잡아 두었지? 마지막으로 사진 한번 찍자 다시는 못 볼 테니 사랑했고 앞으로도 사랑할 거야 잘 ...

무지의 난도 SaEO

이상하네 문제가 술술 풀려 모르는 문제가 없잖아 공부를 하나도 안 했는데 너무 쉽잖아 어쩌면 나 천재일지도 몰라 한 문제 한 문제 넘어갈 때마다 행복하잖아 모르는 문제가 없잖아 시험이 이렇게나 즐거운 축제인걸 이제 알아버렸잖아 너무 속상하잖아 이러다 다 맞는 거 아니야? 상상만 해도 기분 좋은걸 채점을 해볼까 안 봐도 백 점이겠지만 채점은 해봐야지 이럴 수...

사후확신편향 SaEO

그럴듯하지만 맞는 것 같은 말을 들으면 의심부터 하자 사람은 그럴듯한 말을 들으면 자신은 원래 알고 있었다는 듯이 말을 한다 그러나 그 말의 사실관계나 입증은 고려조차 하지 않고 맞는 말로 받아들여 버린다 그 말이 그럴듯하면 할수록 사실이라는 결론을 내려버린다 그래서 자신은 속고 있다는 생각조차 하지 못한 채 말을 믿어버린다 이상함을 느꼈을 때는 이미 늦었...

아침 밥 SaEO

피곤해 졸려 일어났지만 꾸벅꾸벅 졸아 지각하지 않으려면 지금 일어나야 해 그렇지만 너무 졸린걸 해도 아직 안 떴잖아 조금만 더 자자 잠이 보약이잖아 이제는 진짜 일어나야 해 더 늦었다가는 돌이킬 수 없어 씻고 준비하기에도 바쁜데 무슨 아침밥이야 방금 일어나서 입맛도 없는데 밥이 보약이라지만 잠으로 보약 먹었어 항상 배고픈 아침이지만 잠이 더 소중해 아침과 ...

작아졌네 SaEO

작아졌네 매일 가지고 놀던 팽이도 작아졌네 매일 지나다니던 골목도 작아졌네 매일 입고 다니던 바지도 작아졌네 활활 타오르던 열정도 작아졌네 찰싹 달라붙던 끈기도 작아졌네 꺾이지 않았던 존심도 다 작아졌네 작아졌네 바라보았던 희망도 작아졌네 매일 빌었던 소원도 작아졌네 매일 올리던 기망도 다 작아졌네 커다란 세상에 다 작아졌네

짠 비 SaEO

비는 짜다 주룩주룩 내리는 비를 맞으며 바쁜 걸음을 할 때 나를 맞고 흐르는 비는 짜다 비는 시원하지 않다 뜨거운 햇볕이 구름에 가리고 비가 쏟아지면 시원할 줄 알았다 땅이 비에 젖어 들지만 비는 더위를 씻어주지 못한다 비는 차갑지 않다 먼 하늘 위 구름에서 떨어지는 빗방울은 차가울 줄 알았다 막상 맞아본 비는 차갑지 않았다 비는 미지근하다 비는 짜다 비는...

학문의 시작 SaEO

학문은 물음에서 시작된다 수많은 논문을 읽으며 선배 학자들이 탐구한 사고를 학습한다 당연하다 생각한 이치를 누군가가 반박한다 이렇게 하나의 이론이 생긴다 그러면 이 이론을 또 반박한다 또 하나의 이론이 생겼다 누군가 이론을 지지한다 이렇게 학파가 생겼다 이제 학파와 학파가 서로에게 물음을 던진다 서로의 물음에 답하기 위해 치밀하게 논증을 준비한다 이런 물음...

감사 SaEO

당연함에 감사하면 행복하다 아침에 눈을 뜨면 오늘도 살아있음에 감사하자 신선한 공기를 마시며 숨을 쉴 수 있음에 감사하자 찬 물이 나오지만 물이 나오는 것에 감사하자 반찬 없이 식은 밥을 먹더라도 꿇지 않음에 ㄱ 감사하자 두 발로 서고 두 귀로 듣고 두 눈으로 보는 것에 감사하자 감사하지 않은 것이 없다 불만을 지우자 불만은 불행을 가져온다 가져온 불행은 ...

다짐 SaEO

나 지금 뭐 하는 거야 초심은 어디로 갔어 시를 좋아하던 소년은 어디로 갔어 시를 쓰고 낭송하던 청년은 어디로 갔어 사색을 시로 표현하고 싶었잖아 시를 가곡으로 만들고 싶었잖아 지금 거울에 비친 모습을 봐 이 모습이 시인이야? 이 모습이 가수야? 이 모습이 작곡가야? 지금 무슨 모습인 거야 다짐들은 다 어디로 갔어 꿈들은 다 어디로 갔어 지금 뭐 하고 있는...

동태전 냄새 SaEO

찬 바람이 부는 명절이 다가오면 동네에서는 풍기지도 않던 동태전 냄새가 난다 분명 어딘가의 이웃집에서 시장에 가 포 뜬 동태를 사 밀가루와 계란 물을 묻혀 굽고 있는 것일 게다 오랜만에 만나는 자식들과 손주들을 먹이기 위해 굽고 있는 것일 게다 평소에는 나지 않던 동태전 냄새가 난다는 것은 누군가가 누군가를 기다린다는 뜻일 게다 그 기다림은 결코 고통스러운...

맨 아래 단톡방 SaEO

모든 이들에게 잊힌 단톡방이 있다 이 단톡방은 모두에게 잊혀 맨 아래에 자리 잡고 있다 많은 사람이 있었지만 지금은 몇 명 남지 않은 잊힌 단톡방이다 이 단톡방도 처음부터 조용하진 않았다 매일 새로운 말들과 서로의 사진 간간이 올라오는 공지로 조용할 때가 더 적었다 시간이 흘러 각자의 길을 가 더는 공동체라는 유대감이 없어질 때쯤 이 단톡방도 서서히 잊혔다...

메마른 강 SaEO

노를 젓자 쉬지 않고 노를 젓자 멈추지 마 힘들지만 멈추지 마 힘들어서 멈춘다면 처질 거야 살아남아 앞으로 가 쉬지 않아 계속 저어 앞으로 가 나아가서 앞으로 가 제 자리야 멈춰있어 왜 똑같아 물이 없네 물이 없어 메말랐어 강바닥이 메말랐어 마른 강의 흙을 팠어 내 노질은 의미 없는 노력이야 물이 있는 강이어야 나아가지 배를 들어 강을 찾자 강을 찾아 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