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다 위를 둥둥~ 호기심 많은 하푸는
오늘도 빙하를 타고 모험을 떠납니다.
하푸는 오늘 어디로 갈까요?
어? 저기 하푸가 보여요!
그런데 하푸가 많이 힘들어 보이네요.
“헥헥, 너무 더워. 도대체 여기는 어디야?”
이런, 하푸가 빙하를 타고 흘러 흘러,
사파리까지 왔군요. 사파리는
‘사바나 기후’가 있는 곳이에요.
사바나 기후는 무더운 열대 기후 중 하나인데,
비가 많이 오는 날인 우기와 비가 안 오는 날인
건기가 뚜렷하게 나뉘어 있어요.
그래서 어느 날은 비가 많이 오다가
어느 날은 풀이 마를 정도로 건조하기도 해요.
사바나 기후가 나타나는 사파리에는 긴 풀들이
자라고 나무가 적게 듬성듬성 자라지요.
저런, 하필이면 하푸가 가장 비가 오지 않는
건기 때 와버렸네요. 과연 하푸는
이 무더운 더위를 어떻게 피할 수 있을까요?
우리 같이 하푸를 따라가 볼까요?
“여기는 햇볕도 쨍쨍하고,
그늘을 만들어 줄 나무도 없네.
온통 다 짧은 풀뿐이야.”
하푸가 헥헥거리며 주변을
두리번거리고 있네요.
그런데 저기 멀리!
하푸가 무언가를 발견한 것 같아요!
“어? 저기 나무가 있네!
큰 바위도 있어! 저기서 쉬면 되겠다.”
우와! 하푸가 저기 덩그러니
자리 잡은 큰 아카시아
나무를 발견했네요!
초원지대인 사파리에는
이렇게 군데군데
아카시아 나무가 자란답니다.
하푸는 나무 그늘 쪽으로
후다닥 달려갔어요.
“우와! 그늘 밑에 있으니까 살겠네.
이 바위에 기대앉아 쉬면 되겠다!”
하푸는 큰 바위를 보고는 바로
철퍼덕! 바위 옆에 기대 누웠어요.
그때! 커다란 바위가 꿈틀꿈틀
움직이더니, 바위 안에서
이상한 소리가 들리기 시작했어요.
“흐암, 뭐야, 누가 내 낮잠을 방해하는 거야?”
“으악! 돌이 말을 한다! 너무 더워서 헛것을 들었나?”
“뭐야? 뒤에 하얀 털 뭉치는?
누군데 내 등에 기대 있는 거야?”
“뒤도 안 돌아봤는데 내가 어떻게
생겼는지도 알아? 세상에!
이건 귀신 바위가 분명해!”
“아, 참 시끄럽네, 정말.
나는 귀신 바위가 아니라 검은 코뿔소라고.”
아! 하푸가 본건 바위가 아니라
검은 코뿔소였군요. 검은 코뿔소는
사파리에 사는 말목 코뿔소과 동물이에요.
바위처럼 검은 피부는 매우
두껍고 거칠지요. 검은 코뿔소는
시력이 좋진 않지만, 옆에 눈이 달려있어서
뒤쪽까지 볼 수 있는 넓은 시야를 가지고
있답니다. 그래서 뒤를 돌아보지 않고도
하푸의 털 달린 모습을 볼 수 있었지요.
“우와! 너 정말 멋진 뿔들을
가지고 있다! 뿔도 피부처럼
엄청 단단하구나!”
“처음 보는 사이에 너무 이리저리
만지고 구경하는 거 아니야? 화나면
이 뿔로 널 받아버릴 수 있다고.”
검은 코뿔소는 앞에 긴 뿔 하나,
그 뒤에 짧은 뿔 하나를
가지고 있어요. 코뿔소의 뿔은
각질화로 만들어졌어요.
척추동물 피부 겉의 각질들이 모여
케라틴이라는 단단한 단백질을 만들어 내고,
그것들이 모여 코뿔소의 멋진 뿔들이
완성되지요. 이 강한 뿔을 가진
코뿔소는 사자 같은 육식동물들이
공격하면 뿔로 들이 받아버려요.
코뿔소는 평소에 온순하게 있다가도,
자기를 공격하는 동물이 생기면
사납게 돌변하여 상대방을 무찌른답니다.
“앗! 미안해. 너무 신기해서 그만….
그런데 진짜 멋진 뿔이야! 이런
멋진 뿔을 가진 동물을 본 건
네가 처음이야!”
반짝이는 하푸의 눈과 칭찬에
검은 코뿔소는 뿌듯하다는 듯 자신의
뿔을 하푸에게 가까이 보여주며 자랑했어요.
“뭐, 내 뿔이 좀 멋있긴 하지.”
그런데, 저 멀리서 어떤 동물 친구
무리가 하푸 쪽으로
다가오기 시작했어요.
“어? 저기 너랑 비슷한 애들이 오고 있어!”
과연 누가 오고 있는 걸까요?
아하! 바로, 흰 코뿔소네요.
세상에는 검은 코뿔소 말고도
인도에 사는 인도코뿔소,
인도네시아에 사는 자바코뿔소 등
여러 코뿔소가 살고 있어요.
사파리에는 검은 코뿔소와
흰 코뿔소가 살고 있지요.
3마리의 흰 코뿔소들도
그늘에서 쉬려고 이쪽으로 왔나 봐요.
“어머, 이 조그마한 털 뭉치는
생전 처음 보는 동물인데?”
“나는 북극에서 온 하푸라고 해!
그런데 너희 정말 피부만 다르고
똑같이 생겼다! 혹시 너희 자매나
형제 같은 사이야?”
“아니! 그런 사이 아니야. 굳이
따지자면 사촌이라 할 수 있지.
자세히 보면 우리는 검은 코뿔소와
다르게 생겼다고! 나는 입이 넓적하고
평평한데, 저 검은 코뿔소는 윗입술이
아래로 뻗어있어서 날카롭잖아. 거기다가
우리는 먹는 것도 달라. 우리는
풀을 주로 먹는데, 저 검은
코뿔소는 낮은 키의 나무의 잎을 주로 먹어.”
“헤헤…, 아무리 봐도 잘 모르겠어! 미안.”
“그래 이제 알겠… 아니 잘 봐!”
아이고. 하푸가 처음 보는 동물이라
많이 헷갈리나 봐요! 검은 코뿔소는
몸무게가 최대 1,300kg인 반면,
흰 코뿔소의 몸무게는 최대 2,700kg이나 돼요.
이 정도면 성인 남성 90명의 몸무게와
비슷한 수준이라고 할 수 있답니다.
검은 코뿔소와 흰 코뿔소는 생김새,
주로 먹는 것 이외에도, 생활 모습도
서로 달라요. 검은 코뿔소는
혼자 생활하거나 어미,
새끼가 같이 사는 반면,
흰 코뿔소는 두 마리에서
다섯 마리까지 무리를 지어 살지요.
게다가 흰 코뿔소는 코끼리
다음으로 큰 동물이라고 해요!
“흥! 그래도 이 몸의 뿔도 쟤들
못지않게 단단하다고.
나는 저 흰색 코뿔소처럼
무리 지어 다니지 않고도
혼자 잘 다닐 수 있어!”
“엥, 뭐야. 그럼, 우리가 약해서
무리 지어 다닌다는 거야?”
으르렁
“뭐야? 어디서 무서운 소리가 들려!”
“어! 조심해! 쟤는 여기
사파리의 사냥꾼, 사자야!”
“으악! 북극곰 살려!”
이런! 무서운 사자가 하푸를 향해
슬금슬금 다가오고 있어요!
사자의 무서운 이빨이 날카롭게
반짝이고 있어요. 이를 어떡하죠?
“우리가 뿔로 들이 받아버릴게! 이얍!”
검은 코뿔소와 흰 코뿔소들이
힘을 합쳐 사자에게 뿔을 들이밀었어요!
사자는 한 번도 공격해 보지도
못한 채, 저 멀리 줄행랑을 쳤어요.
“우와! 너희 정말 강하구나!
코뿔소 모두가 힘도 세고 멋진 친구들이었네.”
하푸의 이야기를 들은 검은
코뿔소와 흰 코뿔소는 서로를
쑥스러운 표정으로 쳐다보았어요.
“하하, 맞아. 우리 모두 멋진
코뿔소들이야. 아까 약하다고
한 거 미안해, 흰 코뿔소들아.”
“아냐, 우리도 괜히 화를 냈다는 생각이 드네.
미안해 검은 코뿔소야.”
그렇게 흰 코뿔소들과
검은 코뿔소는 서로 사이좋게
화해했답니다. 정말 시간이 빨리
흘러갔어요. 벌써 저녁이 다 되었네요.
“검은 코뿔소와 우리 흰 코뿔소들은
더운 낮에 잠을 자고 저녁에
주로 먹이를 먹으러 다녀. 하푸야,
너도 같이 먹이 먹으러 갈래?”
“아니야, 괜찮아. 나는 피곤해서
잠을 자러 가봐야 할 것 같아.
코뿔소들아, 먹이 맛있게 먹어!”
“그래! 하푸야 잘 가!”
“검은 코뿔소와 흰 코뿔소들은
서로 각자의 먹이를 찾아
떠나기 시작했어요.”
“와, 오늘은 정말 강하고
멋진 코뿔소 친구들을 만났네.
초식동물인데 어떻게 저렇게 튼튼한
피부를 가지고 있을 수 있지? 특히
흰 코뿔소는 코끼리 다음으로
육지에서 제일 큰 동물이라 했잖아.
마치 큰 바위 같았어. 검은 코뿔소와
흰 코뿔소는 먹는 것도 다르고
무리 지어 생활하는 모습도 다르지만,
둘 다 육식동물을 물리칠 수 있는
멋진 뿔이 있다는 건 똑같았어.
검은 코뿔소와 흰 코뿔소 모두
덩치도 크고 정말 멋진 친구들이야.
하~푸… 나도 저런 멋지고
튼튼한 뿔을 가지면 얼마나 좋을까?”
하푸는 빙하 위에서 자기에게
달린 멋진 뿔을 상상하며 꾸벅꾸벅
졸기 시작했어요. 하푸는 오늘도
빙하 위 작은 배에서 둥둥 떠다니며
하푸 하푸 잠이 들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