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여름 소나기가 지나간다
물기를 머금은 초록이 깨어났다
차창 밖 노란 나비는
무슨 춤을 추는지 요란하다
난 아직 동쪽으로
300 마일이 남았다
또 한 달이 지났다
동쪽으로 300 마일을 앞둔
같은 자리
주차한 차 옆 길가 잔디에
앉아있는 나비 한 마리
살았는지 죽었는지
무얼 기다리며
꽃도 없는 잔디에 앉아 있을까
그때 그 나비일까
차에서 한참 쉬고 다시 보니
아까 그 나비는 죽은 모양이다
슬프다
동쪽 끝은 아직 멀었다
서쪽 집으로 돌아가는 길
석양에 물든 서쪽 길을
달리다 보면
노란 벽돌 길을 따라가는
양철 나무꾼이 된 기분이 든다
퉁퉁퉁
망가져 가는 차와
따라서 지쳐 가는 나
돌아가는 길은 늘 피곤하다
달빛을 머금은 노란 해바라기가
보고 싶다